일상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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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사 장독대 덧글 0 | 조회 13 | 2024-05-29 12:02:20
관리자  

  지천으로 피어있던 봄 꽃이 씨앗을 품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유월이다. 유월이 주는 느낌은 역시 오월하고는 많이 다르다. 계절의 끝과 시작이 함께 교차하는 시절이다.

장독대가 자리 잡은지 몇 해 이던가? 미래에 대한 벅찬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가득 품고 공양간 위에 자리 할 때의 감동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무엇이라도 해 낼 수 있을 것은 자신감과 무엇이라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교차하는 새로움으로 새 항아리가 우리에게 왔다.

  콩을 삶고 메주를 띄우고 스님의 목탁 소리 스며든 항아리속 된장은 맛있게 익어갔고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생활에 자리 잡았다. 항아리를 씻고 된장을 다독이고 송화가루를 닦아내고 고운향 머금으라고 연잎을 따다가 된장을 덮었다. 산자락에서 밀려오는 바람으로 아침이면 찾아오는 안개속에서 반짝 해가 뜨면 항아리 깊은 곳까지 끓어오르는 장의 숙성으로 그리고 스님의 목탁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그 맛은 정성스러운 우리 맛이었다.

  절 곳곳에 머무는 시선은 유독 장독대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전해 받는다. 뒤뜰에 소담소담 놓여있던 장독대는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묻어 있다. 시커멓고 짜디짠 그 장맛 속에는 엄마가 못다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고 호박 몇 개만 썰어 넣어도 그렇게나 맛있던 어린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세련되고 멋진 맛에 포장으로 둘려 쌓인 시판 된장은 털끝도 따라가지 못할 엄마의 손맛과 정성은 늘 장독대에 대한 향수로 남아 있다. 된장, 고추장, 장은 나서지 않는 맛이다. 다른 재료 앞에 나서지 않고 간을 맞추지만 화려한 재료 모두와 어우러지고 나서지 않음이 더욱 빛나는 간으로 음식을 중심을 잡아준다.

  토방에 앉아 절을 두루 살펴보면 장독대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비를 맞거나 눈에 이고 있는 장독대,  안개에 휘감아 있어도 무뚝뚝한 그 모습은 초라했지만 제대로 간식을 챙겨주지는 못했어도 삼시세끼 된장국 끓여 배를 곯지 않게 정성을 다했던 젊은 엄마를 기억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처럼 장독대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맑은 장물 위로 엄마의 얼굴이 어리는 듯 한다.  장독대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장 끓는 소리가 난다. 살아 숨 쉬는 발효의 과정이 마치 삶을 올곧게 살아내어 가정을 지킨 엄마의 가슴앓이 같기도 하다. 

  연흥사는 공사중이다. 장독대는 자리를 비워야 했다. 산딸나무꽃 흐드러지게 핀 오월의 어느날 장독대는 자리를 옮겼다. 이제 더 이상 연흥사에 장독대의 자리는 없다.  토방에 앉아도 종각에 앉아도 아니 일주문에서 올려다 봐도 장독대는 흔적을 남지기 않고 떠났다

  내일을 다시 준비한다. 유월이 오고 칠월이 오고 그렇게 시간은 오늘을 밀어내고 내일로 흐르는 것처럼 우리도 다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내가 이제 엄마가 되고 다시 장독대의 주징늬 살아야한다. 기억은 추억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남겨지지는 않겠지만 모두의 엄마는 장독대처럼 불록한 마음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내가 살아 온 것처럼 나도 마음을 내어주어 따뜻함으로 남고 싶다.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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