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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덧글 0 | 조회 10 | 2024-05-16 16:11:26
관리자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톡이 왔다. 미안하지만 이번 행사에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한다. 며칠째 열나고 아프더니 폐렴이라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다. 며칠 전부터 계획되었던 일이라 그녀만 믿고 있었는데 이거 참 큰일이다. 다른 연락이 또 온다. 갑자기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겨 또한 행사를 도와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낭패다. 혼자서 그 많은 일을 할 수도 없고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 자꾸 다가오고 있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데 필수 인력들이 빠지고 나니 막막하기도 하고 혼자 어쩌나 하는 생각 하고 앉아 있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혼자 하는 일이면 싸묵 싸묵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지만 이거 참 큰일이다. 부처님이 보내셨는지 뜻밖의 사람이 마실을 왔고 오늘은 일을 쉬게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중년의 남성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은 젖소를 키우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척척박사처럼 섬세한 손길로 집을 짓거나 하는 건설을 하는 사람이다.


  일단 무를 씻어 손에 쥐어 주고 채칼로 무채를 썰고, 당근채를 썰고, 표고, 호박 나물을 썰었다. 그리고 언니는 콩나물을 씻고, 취나물을 다듬고 야채 씻어 조리를 시작한다. “오늘을 처음 살아본다.” 하며 오늘 처음으로 하는 일을 재미나게 성실히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준비할 봉축법회 비빔밥은 350명분이었다. 오전 내내 썰고 다듬고 무치고 볶다가 식히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벌써 점심을 훌쩍 넘는 시간이다. 휴우 ~ 김치 담그고 된장국 끓이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법회 날 아침, 옴마! 오늘도? 기다리던 그 일꾼들은 이러저러한 일로 당도하지 못했고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온 그 또한 중년의 남자가 왔다. 점심 공양 시간이 되어가고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서 75세도 넘은 어머니에 앞치마를 두르고 흰머리 희끗한 중년의 그 남자들의 투박한 가슴에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을 시작했다. 아무도 연습한 적이 없는 정말로 오늘 이 시간을 처음 맞이하는 사건들이다. 나이가 그런 걸까? 아니면 상황이 그런 걸까? 다들 일들을 너무 잘한다


  처음으로 시공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이 시간에 이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같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간절히 원하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 일이 많다. 예전에는 시간이 없냐? 마음이 없지?” 하는 거만한 마음이 있어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표한 적이 많았다. 마음이 있으면 언제나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간은 늘 충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생각이 일었다. 시간과 공간과 마음이 있어야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도 공간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꼭 마음을 기반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무수한 많이 함께 한 이들이 생각이 났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그 말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안전에 대한 교육을 할 때면 늘 그런 말을 한다.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위험한 그 순간에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렇게 시공간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단어와 말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단순히 공간적인 것에만 생각했던 것인데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그 인연의 특별한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어느 시간을 지나 우리는 같은 곳에 머무르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가? 나의 에너지와 너의 에너지가 부딪치지 않고 혼용되어 이 상황과 일련의 일들을 함께 풀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내는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또한 조금 덜 중요할 것 같은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디에서 왔고 그러한 생각의 결과가 이 순간의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참으로 세상은 내 마음대로 이끌어지는 일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


  우리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 대면하고 있다. 어제 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정되고 편안한 곳이 될 것이다. 그곳에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고 그 마음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살아 온 세월만큼 나름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지만 그 깨달음이 꼭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게 된 순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늘 생각해야한다. 나를 돌아보며 무엇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행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어울리는 시공간속에 우리가 같이 머물 수 있을 것이다.


   함께라는 말을 한다. “함께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모여서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한순간 한순간이 무척 고마울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지금 내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이 더 없이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점심 공양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또 나는 뜻하지 않는 일을 하며 새로운 공간에서 뜻하지 않는 보람을 찾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인가를 한다. 그 무엇인가로 시간이 채워지고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많은 감정들이 깨워지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무엇인가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 삶이다. 나의 시간과 공간이 앞으로 무엇으로 채워질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우리는 내일을 기다린다.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지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그 마음을 추슬러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그곳에 늘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연흥사에서 만난 것처럼..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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